끊임없는 가치 판단의 축적이 우리의 인생을 만들어갑니다. - 무라카미 하루키

 

 낙타를 타고 가리라, 저승길은 별과 달과 해와 모래밖에 본 일이 없는 낙타를 타고 - 신경림

 

 저녁이 부엌으로 사무치게 왔으나 불빛죽이고 두어가지 찬에다 밥을 먹었다 그렇다고 해도 이것말고 무엇이 더 중요하다는 말인가 - 안도현

 

 이제는 달라질 것이다. 더 좋아질 것이다. 우리는 더 나아질 것이다. 말이야 근사하고 기분은 좋지만, 어떻게 더 나아진담? 나 자신을 더 낫게 만드는 방법이라면 끝도 없이 생각해 낼 수 있지만(외국어를 배울 수도 있고, 인내심을 더 쌓을 수도 있고, 일을 더 열심히 해도 좋다.) - 조너선 사프란 포어

 내가 자주 들르는 구립 도서관 화장실 출입구에는 환경미화원의 사진과 이름이 적나라하게 공개된, 시간별 임무 일정표가 붙어 있다. 아무리 직업에 귀천이 없다지만, 구립 도서관 화장실 청소를 가문의 영광으로 여길 사람은 없을 것이다. 몰상식한 '신상털기'와 임무 일정표는 환경미화원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해 효율을 높이려는 고용주의 필요에서 나온 것이지, 성과 주체의 자기 착취 열정에서 나온 착상이 아니다. - 한병철 '피로사회'

 

 모든 것이 무서워요. 나는 천성이 심오한 인간이 못 되는지라 저승 세계니 인류의 운명이니 하는 문제에는 별로 흥미가 없어요. 뜬구름 잡는 일에는 도무지 소질이 없다는 얘깁니다. 내가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진부함이에요. 왜냐하면 우리들 중 어느 누구도 거기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지요. 내 행동들 중에서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가려낼 능력이 없다는 사실은 나를 전율하게 만들어요. 생활 환경과 교육이 나를 견고한 거짓의 울타리 안에 가두어놓았다는 걸 나는 압니다. 내 일생은 자신과 타인을 감쪽같이 속이기 위한 나날의 궁리 속에서 흘러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나는 죽는 순간까지 이런 거짓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생각 때문에 무섭습니다. ~~ 내 생각에 우리는 아는 것이 거의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매일 실수를 저지르고 옳지 못한 짓을 하며 서로 비방하고 남의 일에 끼어들는 겁니다. 사는 데 방해만 되는 불필요하고 시시한 짓거리들에 우리는 자신의 힘을 소진합니다. 이것이 무섭습니다. 왜냐하면 이 모든 일이 무엇을 위해서, 누구를 위해서 필요한 것이지 나는 이해할 수 없으니까요. 친구, 나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할뿐더러 두렵습니다. 나는 농부들 보기가 두려워요. 무슨 대단하고 고상한 목적이 있기에 저들은 괴로워하는지, 저들은 무엇을 위해서 사는지 나는 모르겠어요. 만약에 인생의 목적이 쾌락에 있다면 저들은 불필요한 여분의 인간들입니다. 만약에 인생의 목적과 의미가 가난과 절대적인 무지 속에 있는 것이라면 이런 가혹한 심판이 누구를 위해서 필요한 일인지 모르겠어요. 나는 아무도,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어요. - 안톤 체홉 '공포'

 

 과거 공동체가 상호 평등한 호혜에 바탕을 두고 있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 아닐까 합니다. 그런 공동체는 그 속에서 생활해 보지 않은 이상주의자의 바람이 깃들어 있는 것이 아닐까요. - 石基

 

 대체로 인간에게는 세 가지 길이 있다. 첫째, 비가 내리면 홍수를 걱정하고 날이 개면 한발 가뭄이 온다고 탄식하는 소인의 길. 둘째, 맑은 날은 일하고 비가 내리면 책을 읽으며 마음의 귀에 따르는 대인의 길. 셋째, 비가 와도 좋고 날이 맑아도 좋다. 구름 위는 푸른 하늘, 개나 흐리나 푸른 하늘과 함께 웃는 초인의 길. - 가와구치 요시카즈

 

 팔램프세스트(흔적 위에 덧쓰기)적인 거. 낡아가고 때 묻고 낙서가 되면서 천천히 마멸되어가는 물건에만 의미가 깃든다. 인간이 그런 물건이기 때문이다. - 류철균

 

 사랑하는 사람을 가지지 말라. 미운 사람도 가지지 말라. 사랑하는 사람은 못 만나 괴롭고, 미운 사람은 만나서 괴롭다. - 법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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