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에 가위에 눌렸다. 오랜만이었다. 피곤했었기 때문일까?

가위눌림에는 여러가지 케이스가 있는데 내 경우는 나의 실체가 두둥실 떠올라 천정까지 올라간다. 그리곤 온 사방을 배회하다가 누워있는 내 몸으로 뚝 떨어지기를 반복한다. 그 순간 자이로드롭을 탄 것처럼 뱃속이 철렁한다.

처음 가위 눌렸던 날이 생각난다. 신월동 시장통의 삼층집에 살 때였다. 누운채 떠오른 내 실체가 온 집을 떠도는 동안 무척 무서웠다. 누워 있는데도 뒤쪽, 그러니까 바닥이 보이는 공포를 느꼈었다. 내 껍데기로 돌아온 실체는 몇 번이고 다시 떠올랐고 그때마다 나는 무서웠다.

엎드려 자다가 가위 눌리면 정말 무섭다. 딱 한 번 그랬던 적이 있다.

어제는 몸이 떠오른 곳이 지금 일하는 공장이었다. 사람들은 일을 하는데 나는 하늘에 누워서 그 모습을 지켜봤다. 몇 번이고 떠올랐던 내 실체가 우리집에 누운 내 몸으로 돌아왔다. 그런데도 가위가 풀리지 않았다.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자주 있었던 일이기 때문에 나는 체념하고 가위가 풀리길 기다렸다.

잠시후에 창문이 열리는 것 같더니 검고 차가운 바람과 같은 어떤 형체가 그 열린 창으로 미끄러지듯 들어오는 느낌이 들었다. 다리쪽에서 오한을 느끼고, 도둑인가? 생각하던 중에 그 놈이 한 손으로 내 불알을 지긋이 잡았다. 그러더니 나머지 한 손으로는 내 코와 입을 막았다. 나는 죽음의 공포를 느끼고 개같은 기분으로 깨어났다. 난 평소에 욕을 잘 안하는데. 눈을 뜨자마자 내뱉은 말이 씨발이었다.

다시 가위 눌릴까 봐 이층에서 잤다. 푹 잤다.

몸이 치곤한 탓도 있겠지만 금각사를 읽은 것이 가위 눌린 원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덜컥 겁이났다.

몇 년만에 다시 읽은 금각사는 아주 훌륭했다. 비극적인 성장소설이기도 하고, 패전 후 일본의 무력감을 드러내기도 하고, 한 싸이코패스의 자서전이기도 하다. 그 외에도 여러가지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겠다.



지난주 수요일에 집에 파리 한 마리가 들어왔다. 우리집에 썩어가는 것이라고는 내 몸뚱이 밖에 없기 때문에 자꾸 내 몸에 달라붙는다. 며칠 후면 비실대며 죽어갈 것이란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우리집에 들어온 파리는 배가 고파서 죽는다.

주인집 개는 설이라는 예쁜 이름을 갖고 있다. 내가 몸을 긁어준면 무방비 상태로 벌렁 드러눕는다. 지후는 가끔 설이는 왜 살까. 같은 질문을 한다.

잠자리의 계절이다. 얼마전 출근길에 온전한 모양으로 다리 위 인도에 죽어있는 잠자리를 봤다. 어떤 잠자리는 겁없이 공장에 들어와 기계 위에 앉았다가 누군가에게 잡혀 날개가 찢기기도 한다.

나는 밥 먹고 일하고 빵 먹고 일하고 또 밥 먹고 일한다. 그러다 죽겠지.

파리도, 개도, 잠자리도, 나도 어떤 이유가 있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단지 죽음을 향해 나아가고 있을 뿐이다.

미시마 유키오 흉내를 내봤다. ㅋ

짤방은 어제 가위 눌려서 날아다녔던 우리 회사. 가을이라 아침에 빛이 좋다. 사용 어플은 pictone. 이 어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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