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다 갔네.

 결혼식이 6월 10일이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의미있는 날에 결혼을 하게됐다.

 집안끼리 물건과 돈이 오고가는 불편한 일들은 끝났고, 살림집도 건재하고(강화에 와서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지금 집을 얻은 것이다.) 엊그제는 웨딩촬영을 했다. (안경을 벗고 드레스를 입은 지후를 보고 킬빌의 피투성이 결혼식 장면이 자꾸 떠올랐다.)  부모님 돈으로 결혼식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마음 한 구석이 불편하긴 한데, 결혼 하는 것 자체가 효도고 둘이 잘 살면 그게 또 효도니까 그냥 쿨하게 넘어가려고 한다. 그렇지만 자꾸 불편하긴 하다.

 우편으로 청첩장을 보냈고, 사람들에게 결혼한다는 전화를 돌렸다. 식순을 적어봤고, <씨 없는 수박> 김대중 선배에게 축가를 부탁했다. <빅맨> 쏭이 당일에 음향을 봐주기로 했다.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는만큼 나도 언젠가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부디!

 오늘은 '저 결혼해요'라고 연락하지 않은 사람들 몇몇에게 오늘 전화를 했다. 내 휴대전화에서 연락처가 지워진 사람들, 그러니까 한때는 자주 얼굴을 마주하던 사람들이다. 오랜만에 듣는 목소리들이 반가웠다. 연락하길 잘했다. '형, 모든걸 다 이루셨군요.' '니가 진정한 위너다' 라는 말을 들었다. 확실히 인류에게는 유머란 것이 있다. 기분이 좋았다. 결혼을 '당신'과 하게되서 다행이고 축복이다. 내가 너무 복을 많이 받고 사나? 생각하기도 한다.

 지금의 상황들이 멀리서 넓게 보면 나쁘지 않은데, 자꾸 사소한 일들에 마음을 쓰게된다. 물론 사소한 일들이 없으면 생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또 그런 작은 일들을 무시하며 사는 것은 삶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하지만 좀 더 담대한 마음가짐을 갖고 싶다.

 남들도 다 그렇고 그렇게 치이면서 사니까 나도 그렇게 시달리며 사는 것이 당연하지.가 아니라 내 말과 행동들이 온전히 내 것이기 때문에 비뚤어진 입으로 불평을 늘어놓지 않는 하루하루를 원한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당신의 한 마디가 나를 담대하게 만든다.

 그리고 내 삶은 나를 통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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