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에 볼음도에 다녀왔다. 벌써 세 번째 방문이다. 차를 가지고 들어갔고 쑥을 뽑아서 실어왔다. 앞에는 벌써라고 썼지만 단지 세 번째 방문일 뿐인데, 뱃길이 익숙하다. 가는 배에서도 오는 배에서도 개운하게 잤다. 토요일이라서 그런지 섬에 들어가는 배에 사람들이 많았다. 볼음도에서 외포리로 오는 배는 오전 7시와 오후 2시에 있다. 돌아오는 2시 배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다들 섬에서 하룻밤을 자고 돌아오는 것이리라.

 오늘은 고구마를 심었다. 열심히 심었다. 고구마에 대해서 여러가지를 배웠다. 장차 도움이 될 때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아주머니 다섯 분과 고구마를 심는데, 오후가 되니 내가 가장 빠른 속도로 심고 있었다. 1200평 밭에 물을 주지 않고 심으면 여섯명이 하루면 심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어제 비가 온 것이 무척 고마웠다. 그렇지만 내 밭이었으면 물 주면서 심었다. ^^; 고구마를 심을 때는 줄기가 길더라도 땅과 바투 심어야 한다는 것도, 고구마는 박카스 병 크기의 것이 가장 상품성이 있다는 것도, 크키가 큰 고구마는 겨우내 따뜻하게 보관했다가 종자로 사용한다는 것도 알았다.(배웠다)

 오늘은 십장 노릇을 했다. 처음이다. 참과 점심을 챙겼고, 일당은 농협 봉투에 담아서 드렸다. 사람들을 사서 많은 평수의 농사를 짓는 부농도 못할짓이라는 생각이 든다. 엊그제 지후 손을 잡으면서 이 손으로는 텃밭만 가꾸면서 살게 해줄게.라고 했더랬다. 손에 물 한방울 안 묻히고 살게 해줄게 만큼이나 거짓부렁이지만 그 멘트가 마음에 든다. 부농의 와이프도 텃밭만 가꾸면서 살지는 않는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이 모이고 어떤 지역의 삶이 모이고 더 넓은 지역의 삶들이 모여서 지구의 인간 세상을 이룬다. 나는 내가 어떻게 하루를 보냈는지를 인식하지도 못하는 삶을 원한다. 삶 자체를 숙명으로 받아들인다는 인식조차 못하는 그런 상태가 과연 가능할까?

 주인집에서 육회랑 저녁을 얻어먹고 약간 취한 상태에서 오늘을 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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