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일이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내 결혼 후에 돌아가셨으면 했는데, 내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 어제도 정시에 퇴근해서 가고 싶었지만 밭일이 조금 늦어져서 밤늦게야 병원에 도착했다. 마음처럼 되는 게 없구나. 결혼날을 잡았기 때문에 절은 하지 않았다. 식구들한테는 초상집에 간 것을 비밀로 했다. 장지에 가서 한 시대(세대)가 끝나는 순간을 지켜봤다. 아침부터 벽제 화장터에는 눈이 퉁퉁 부은 사람들이 검은 옷을 입고 돌아다니고 있었다.

 

 형우, 건영이, 용학이도 끝까지 함께했다. 오랜만에 친구들이랑 긴 시간 대화를 나눴다. 굉장히 즐거웠다. 오랜만에 나도 농담들을 쏟아냈다. 위축될 필요가 없다는 것은 그런것이다. 사실 친구들이 아니라도 위축될 필요는 없다. 그런점에서 건영이한테 많이 배운다. 영일이는 무척 피곤했을 텐데도 일산에서 길음까지 나랑 건영이를 태워줬다. Thank You! 우리는 영일이가 졸지 않도록 쉴새없이 떠들어댔다. 음담패설도 많이 나왔다. 즐거웠다.('부인께 무릎꿇고 빌어'랑 '손만 빌려줘'는 마음속에 담아둔다.) 덕분에 힘이 많이 났어. 너희들도 그랬으면 좋겠다.

 

 그리고 오늘은 어버이 날이다. 엄마한테 문자를 보냈다. 영일이 아버지 장례에 간 것을 알리기 싫어서 전화는 하지 않았다.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는 내가 엄마를 지켜주겠다. 사랑한다.는 내용이었다.

 답장이 없다. 무슨일이 있는걸까? 내일은 통화하자.

 

5월 8일 7시 30분의 세 친구 - 형우가 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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