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417 - 봄

그때그때 2012. 4. 17. 21:55

 봄이다. 몸살이 왔다. 쉬고 싶었지만 그러질 못했다. 일요일 새벽에 욕실에서 의식을 잃고 넘어졌다. 눈 바로 위가 찢어졌다. 죽지 않길 다행이다. 몸은 쑤신데, 눈에서는 피가 나니까 짜증이 났다. 사는 게 병신같다.는 당신의 얘기가 떠올랐다. 그날은 땀과 피로 범벅인 채 보냈다. 몸은 아직도 아프다. 아픈 게 길어지니 늙고 병든날들을 생각하게 된다.

 봄이다. 농부들이 논을 갈기 시작했고 밭들은 이미 모양을 갖추었다. 풍경이 초록을 띄기 시작하고 여기저기 꽃들이 피었다. 사무실 옆건물에는 제비가 집을 지었다. 곧 여름이겠지.

 예상은 했지만 농사를 못짓고 있다. 동네에서 농부들을 마주칠 때마다 몸 속의 세포들이 꿈틀거린다. 내 자리가 저곳이어야 하는데,라고 마음이 수근거린다. 수근거림이 혈관을 타고 온 몸을 흐른다.

 일은 큰 범주에서는 숙명이어야 하고(체념이 아니다) 작은 범주에서는 즐겁거나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 그러질 못하고 있다.

 

 멍하니 있다가는 버려진 인형이 되기 십상이다.

 버려진 인형은 어떻게 찍어도 불쌍하게 나온다.   

 그는 쓰레기들 틈에 외롭다.

 그렇지만 당신곁의 나는 외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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