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

백화점 식당가에서 점심을 먹는다
언제부터 여기 백화점이 있었을까
백화점은 만물의 상징, 풍요의 표상
쩝쩝대며 밥을 먹는 사람들 표정에 여유가 있어 보인다.
나도 그들에게 그래 보일까
나는 그들을 보지만 그들은 나를 보지 않는다
역을 나와 대로를 걷는다
직접 본적은 없지만 청량리 588의 흔적은 없다
사람들이 사라지자 기억도 사라졌다
나는 무엇이 두려운지 골목으론 가지 못한다
수 많은 간판들, 자동차들, 사람들
다들 바삐 움직이는군
나는 그들을 보지만 그들은 내게 아무 일도 없다는 걸 모른다
다 끝난 것 같은 식당에 들어가 혼자 술을 먹는다
건너편엔 여럿인 무리들도 있다
나는 낮술을 하는 그들을 보고 그들도 나를 본다
서로를 바라보는 침묵 속에서
갑자기 공평해진 동대문구 청량리동 오후 세 시
아직은 끝나지 않은 오늘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