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다녀왔다.
한 동네 살면서 12년간 같은 학교에 다닌 친구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고등학교 동창들 중에 결혼도 가장 빨리했고 아기도 가장 빨리 낳았고 아버지도 가장 빨리 돌아가셨다. 그 친구 포함해서 오늘 모인 다섯 명이 다 각자 집에서 큰 아이고 내 나이가 마흔 하나니 어찌 생각하면 이른 죽음이다.
상갓집에 가면 어디서 전해 듣기 전까지 죽음의 이유를 묻지 않는다. 그저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도저히 헤어날 수 없을 것 같은 슬픔에 잠겨있다가도 때가 되면 배가 고픈 것처럼 죽음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할 뿐이다.
정선에서 진부역까지 차를 끌고가서 진부역에서 ktx를 탔다. 커다란 건물, 올림픽 마스코트, 아직 끝나지 않은 공사, 텅빈 버스 승강장, 드문드문 보이는 사람들, 열차 도착 시간에 맞춰 도착한 택시 몇 대. 진부역은 과하다. 인간은 과하다. 욕심은 끝이 없다.
토지를 읽고 있다. 진부역을 보고 한 생각을 소설을 읽으면서도 한다. 전형적으로 느껴지는 수 많은 캐릭터의 향연, 인간의 끝 없는 욕망, 인간은 변하지 않는다.
욕심은 현실에 만족하지 못해서 생긴다. 누군가 보기엔 나도 과한사람이다. 살아가는 한 어쩔 수 없다.
죽은 사람은 안식에 잠들지만 남은 사람은 한 동안 안도하지 못한다.
친구가 마음을 잘 추스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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