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식달

지구가 달을 먹는다
둥글게 달을 먹는다
나이 마흔이면 생에 한 번쯤은
누군가를 자기 그림자로 먹어버린 경험이 있다
그때는 그게 사랑인 줄 알았으니
사랑이었다
지구가 달을 먹는다
너무 사랑해서 달을 먹는다
조급하지도 느긋하지도 않은 속도로
지구가 둥글게 달을 먹는다
한 차례의 어둠이 지나고 나면
그게 사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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