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쌀

내 마음 속엔 빈 공간이 있다
좁쌀을 본 적 없는 사람들도 알만한
딱 그만한 크기의 작은 공간이 있다
그 안에선 과거와 미래가 함께 뛰놀고
세계의 모든 말들이 자리를 잡지 못하고 부유한다
지우고 싶은 과거는 기억하고 싶은 미래가 되고
떠돌던 말들은 폭풍에 휩싸여
어제를 지나 오늘도 건너뛴 채 내일을 넘어 아주 먼 미래로 날아간다
어디에서 채우나 이 허무를
어디에서 채우나 이 공허를
달리고 달려도 그 자리이고
먹어도 먹어도 채워지지 않는 
똑같은 말들을 아무 불평없는 소처럼 되새김질 한다
그렇지만 나는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
나라는 좁쌀 한 알을 씹고 또 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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