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많이 춥다.
출근길에 정선 제2교를 걸어서 건넌다.
조양강이 꽝꽝 얼어서 갈라지고 있다.
얼어붙은 마음은 쉽게 갈라지고 부서진다.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사람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죽었다. 2년전에 나랑 같이 면접장 들어깄다 나와서 몇 마디 나누었던 게 생각난다. 나랑은 달리 적극적인 밝음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결국은 꿈을 이루었으나 행복이 길지 않았다. 그 와중에 직장에서 친한 동료 한 명은 2세 소식을 전했다. 생의 덧없음을 어느정도 아는 나이지만 마음이 부대끼는 건 어쩔 수 없다.
어제부터 내일까지 총 다섯 번의 면접 시험을 진행한다. 일자리를 얻으려는 연세 지긋한 분들을 많이 뵙고있다.
눈도 잘 안 보이시고 글씨도 잘 못 쓰시는 분들이 끙끙대면서 필기시험을 보고 새파랗게 어린 면접관들 앞에서 팔굽혀펴기를 한다.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지만 참 못할짓이란 생각이다.
남을 이기고 내가 뽑혀야 한다는 빤히 보이는 말과 행동은 절박함인가 순수함인가 과욕인가? 나도 빤히 보이는 사람이겠지.
대부분의 구직활동에는 계란후라이를 먹다가 덜 녹은 왕소금을 씹는 짠함이 있다.
2주간 집에 못간 사이에 옆집 아기 강아지들은 많이 컸을까? 살아 있는 건 다 제 속도대로 산다.
이런 생각들로 겨울을 건넌다.
곧 봄이다.
아직 시작도 못했는데 올해가 다 끝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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