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 귀 뒤에 뭐가 자꾸 난다. 곪았다가 아물고 곪았다가 아문다. 어떨때는 터지고 터진 자리에서는 피고름이 쏟아지기도 한다. 지난주 목요일에 종양인지 종기인지 아니면 다른 이름인지 모를 그놈이 또 생겼다. 그냥 두면 없어질 줄 알았는데, 자꾸 몸에 열이 나고 얼굴 오른쪽 전체로 통증이 번져와서 병원에 가서 째고 고름을 짜냈다.

 국소마취는 국소적인 쾌감을 동반하나? 주삿바늘인지 뭔지 모르겠는 날카로운 것이 내 뒷목에서 어떤 그림을 그렸고 그 선을 따라 짜릿한 통증을 느꼈다. 

 수술을 마친 의사가 물러가고 간호조무사 누나가 고름을 짜는데, 깜짝 놀란다. 애벌레가 나왔다면서 보여줄까요? 묻길래 산에 가면 애벌레 많이 본다고 했다.

 작년엔 엉덩이에 종기가 나서 같은 병원에서 꽤 오래 치료를 받았다. 몸 안에 곪아 터질 것들을 가득 넣고서 살아가는 날들이다. 몸에 생긴 고름은 째고 또 째면서 살면 그만이지만 생의 고름도 그러할까?

 정말 어딘가 곪아서 죽은 사람들에게 미안한 말이지만 아마도 나는 곪아 죽을 것 같다.

 오랜만에 일기가 곪아 죽는 얘기다. 주말에 아내랑 정말 잘 놀았다. - 소설 읽음, 만화책 봄, 노래 만듬. - 그런데 개운하지가 않다. 이렇게 나이 먹어 곪아 가는걸까? 어른들에게 했다가는 버르장머리 없다는 소리 들으며 귓방망이 후려 쳐맞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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