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아무 생각 없이 시작해본다

볼음도에 다녀왔다. 출도 후 거의 삼 년 만이다. 자연은 크게 달라진 게 없는 모습이었다. 안심이 됐다. 갯벌도 논도 아직 그대로었다.

직장 동료 둘과 함께 다녀왔다. 나는 동네에 인사 드리러 간다는 생각이었는데 일행이 있다보니 내 멋대로 진행이 쉽지 않았다. 결국 방문 인사는 한 집도 못했고 잠시 섬 밖에 나가 계신 형들도 많았다. 그래도 몇몇 사람들을 봤고 짧은 인사가 내겐 힘이 됐다.

불행이면서 다행이도 동료 둘 다 조개 잡는 걸 좋아했다.  둘 중 한 명은 나랑은 같이 다니기 어려운 스타일이었다. 어째서 낯선 동네에서 무던하게 있지 않는가? 그러면서 은근히 누군가 자기를 챙겨주기를 바라는가?

자본주의의 최대 폐해가 왜 내가 이만큼 돈을 들였는데 이것뿐이야, 하는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 마음이 정말 싫다. 차라리 돈을 물쓰듯 쓰던지. 가성비란 말만큼 웃기는 말도 없다.

나 왔다고 완이형이 많이 챙겨줬다. 긴 얘기 안하고 짧게 고맙다고 인사드렸다. 좀 더 자주 연락하겠다고 했다. 마음이 전해졌으면 좋겠다. 하지만 이 짧은 문장에 내 마음이 전해질까? 형, 정말 고마워요. 몸 아프지 말고 잘 계세요.

시(詩)는 여러 마음을 자연스럽게 짧은 문장 안에 구겨 넣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아무리를 백 번 반복해봐야
인간은 인간으로 점철된다.

그냥 고향섬이 너무 좋았고 밤에 잠깐 혼자 됐을 때 눈물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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