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에는 크게 네 가지 종류가 있다.
자가이사, 용달아저씨 부르기, 이삿짐센터 일반 이사, 이삿짐센터 포장이사다.
내일이 이삿날이다. 우리는 자가와 용달이 섞인 형태의 이사 방식을 선택했다. 나는 포장이사를 하고 싶었지만 A형이 돈 아깝다고 해서 그렇게 하기로 했다.
원체 짐이 별로 없는데다 세탁기 , 장농을 두고 갈 거고 오늘 짐 싸면서 이것저것 버리고 나니 1톤 트럭 한 차면 짐 다 옮길 것 같다. 물론 내 자동차 안에도 약간의 짐을 실어뒀다. A도 트럭 갖고 와주기로 하고 크게 걱정이 없네.
이사할 집은 지금 집에서 차로 5분 거리다.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서도 자꾸 포장이사에 미련에 남는 건 냉장고 때문이다. 우리집에서 가장 덩치있는 짐, 결혼할 때 장모님이 사준 냉장고, 두 식구에겐 너무 큰 냉장고, 집을 나와 큰길로 나가는 쪽문과 새 집의 좁은 대문을 통과하기 어려울 것 같은 냉장고, 이사 전문가들이 옮긴다면 깔끔하게 옮길 수 있을 것 같은 냉장고, 물건이 흔한 세상이라 어디 중고로 팔기도 어려울 것 같은 냉장고, 그러니 당분간은 나랑 같이 살아야할 냉장고.
요즘 하루에도 몇 번씩 기분에 안 좋아졌던 게 냉장고 운반 때문이라니. 주인아줌마가 돈 없어서 전세 보증금 바로 못 주는 거 보다 내일 깔끔하게 냉장고 옮길 일이 더 걱정이니 이런 내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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