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친구를 만났네
아파트 앞 상가에서도
양갈비 뜯을 수 있는 21세기를
나는 무척 사랑하네
나도 어떤 자랑을 하고 싶었는데
친구는 지 얘기만 하네
씨펄, 나는 그래도 좋네
술을 다 마시고
요즘은 타워라고 부르는
아파트 상가 화장실에서 오줌을 누네
여긴 누가 치우지,
생각하다가 친구에게 묻네
여긴 누가 치워 관리비에 포함돼
친구가 뭐라뭐라 했지만
내 머릿속에는 물음만이 남네
타워 화장실을 치우는 분들의 처우와
여의도의 어느 빌딩을 치우는 내 아버지의 처우
그리고 친구에게 술이나 얻어 먹는 지금의 내 처지가
과연 올바른가
과연 정의로운가
과연 이 세계는 사멸할 것인가
과연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그렇더라도 사멸하는 세계에서
사랑은 무슨 의미가 있는가
과연 너는 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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