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야한다


내 나이 마흔
나 태어났을 때 살아있던 사람 절반 이상이 죽었다
40년 동안 죽은 사람도 많지만 새로 태어난 사람은 더 많다
그러니 세상이 그만큼은 바뀌었을까
오직 죽음으로만 한 시절이 끝나고
나 사는 동안 혁명은 일어나지 않는다
모든 존재가 태어나서 가는 길은 하나고
도처에 편의점처럼 쉬운 죽음이 있음에도
나와 내 주변의 죽음은 그리스 비극에서처럼 쉽지 않다
나보다 훨씬 오래 살았을 느티나무 아래서
해 넘어가는 쪽을 보며 마른 담배를 피운다
독한 연기가 가지에 닿고 잎에 닿는다
미안한 마음으로 이렇게 또 하루가 지나고
살아서는 세상이 바뀌지 않음을 알아도
살아야한다
죽을때까지는
살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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