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을 굽다가

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그 위에 생선을 올린다
고등어 조기 갈치 임연수 꽁치
후라이팬 뚜껑을 덮고
가스렌지를 약불로 맞추고
마당에 나와 애도의 담배를 피우며
생선들의 원산지를 생각한다
세네갈, 아랍에미리트, 미국, 노르웨이, 러시아, 일본 앞바다를 떠올린다
잡히자마자 눈도 감지 못하고 냉동되거나
소금에 절여진 채 고통스럽고 느린 죽음을 맞았을 생선들의 운명
반만 익은 채 곧 내 손에 뒤집힐 생선들의 처지
생선 잘 구웠다고 아내에게 칭찬 받는 내 모습
이런것들을 떠올리는데 탄내가 난다
반쪽만 새까만 채 그대로 버려질 그네들의 삶과
나 또한 잡히고 잡아 먹히고 버려지는
어쩌면 억울할지도 모를 죽음과 가까이 있음을
생선을 굽다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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