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다

순탄하게 너를 보내고
홀로 남은 오후
해지는 방향으로 바다가 기울었다
바다는 영원한 수평인 줄로만 알았는데
바람도 없는데 바다가 기울다니
바다가 아니라면 육지가 기울었을까
말 없이 너를 보낸 내 마음이 기울었다
바다는 서쪽으로만 붉게 기울고
그 끝에 너의 목소리가 있다
그리고 내 맘으로 어찌할 수 없는 밤
기울지 않은 세계에
혼자 바다만 바라보고 앉았다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