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생과 잠의 경계 어딘가에
이승과 저승의 경계처럼
삶도 아니고 죽음도 아닌 거기에
온전한 나의 세상이 있다
하늘도 땅도 해와 달과 별도 없는 곳
백 만 개의 언어가 하늘을 떠돌고
그 글자들 사이사이로
내가 아는 얼굴들이 팔 다리도 없이
내게로 다가오며 공허의 비명을 지른다
이곳의 말과 얼굴과 소리안에
나는 없다
너는 없다
전부 나이거나
전부 너인 세계
우리가 아닌 세계
아무것도 갈구하지 않는 세계
깨어나면 아쉽고 잠이 들면 계속 이어지지 않는
그런 세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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