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기


이유도 없이 네가 너무 예뻐서
비정상이란 소릴 들었는데
요즘은 이유도 없이 당신이 밉다
당신 목소리만 들어도 화가 난다
한 마디 한 마디가 내 속을 박박 갈아 먹는다
네 말이 입을 벌려 나를 잡아 먹는다
네 얼굴을 보는 일이 나를 겁박한다
밥도 설거지도 청소도 빨래도 다 귀찮다
세상을 잘못 살았을까
너를 사랑하지 않게 된 걸까
분을 못 견디고
당신 앞에서 독을 내뿜고
남들 앞에서 당신에게 면박을 준다
이런 못난 나를 보고도
괜히 큰소리치지 말라고 웃어넘기는 아내가 예쁘다

오늘밤에
우리 좀 더 적극적으로 잘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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