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먹어도 먹어도 허기지는 세상
가난은 허기로 허기를 채우고
주린 배를 움켜잡는 일
우린 가난한 건 아니라며
라면 먹자고 하니
아내가 웃는다
라면 물이 끓는데
부당한 일들로 가득한 세상 때문에
내 속이 끓는다
계란을 깨 넣는데
부정으로 가득한 내 마음에 금이 간다
세상이 하라는대로
순응하고 살았는데도
저녁을 먹었는데도
한 개로는 부족해서
세 개를 끓인다
세계의 우울이 국물 속에 잠긴다
후루룩 짭짭 후루룩 짭짭
만화 같은 인생
만화 같은 사랑
설거지는 내일로 미루고
세상 근심 다 잊고
오늘은 널 사랑해야지
새로 태어날 각오로
깊은 잠을 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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