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축

멈추지 않고 딸꾹질 천 번 하면 죽는다는데
언제 시작했는진 몰라도 900번을 넘겼다
언제 시작했는진 몰라도 이유는 확실하다
100 딸꾹, 99 딸꾹
98, 97, 96, 95.......
딸꾹 딸꾹 딸꾹 딸꾹
너 떠나며 수축된 횡경막이
좀처럼 제자리를 찾지 못한다
나는 당신 앞에서 위축되는 사람
이별통보에 벙어리가 되어서
이유도 묻지 못하고
이렇게 죽어 간다
죽는다면 육교 위에서라고 생각했다
육교 한 가운데 올라섰는데
오후와 하늘 사이의 거리가 멀다
하늘길을 건너기까지 열 번 남았다
백초라면 인생을 정리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10 딸꾹
9 딸꾹
8, 7, 6, 5........2
딸꾹 딸꾹 딸꾹 딸꾹
너는 돌아오지 않는다
아, 극적 반전도 없는
위축되는 축생이여
이번이 마지막이다
딸꾹
딸꾹질 1000번에도 죽지 않는
건강한 몸이 반전아닌 반전이구나
위축되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집에 가서 냉수 한 잔 먹고
육교로 돌아와서
새로운 사랑을 찾아야겠다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