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

뱃속에 밥을 좀 집어 넣으니
커피가 땡긴다
커피 향기를 맡으니
담배를 피우고 싶다
이어서 양치를 한다
무료한 시간이 오자
잠든 너를 깨우고 싶다
비 내리는 일요일 아침
세상에서 나와 교감할 수 있는
단 한 사람
그러나 새벽에 잠든 너를
차마 깨우지 못하고
바라만 본다
너는 깨지기 쉬운 사람
너를 바라보기만 하는 일도 조심스럽다
내가 세상을 욕하면 그 욕을 다 들어야 하는 사람
내가 방귀를 뀌면 그 냄새를 맡아야 하는 사람
나랑 같은 냄새가 나는 똥을 싸는 사람
우주가 아무리 넓어도
널 보는 것 말고는 웃을 일이 없다
나는 너로 귀결된다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