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용직

 

의대를 나온 놈은 의사가
법대를 나온 놈은 판사가 됐다
공부를 잘했던 놈은 대기업에 다니고
운동을 잘했던 놈은 체육교사가 됐다
야망이 있는 놈은 정치인이
안정을 원한 놈은 공무원이 됐다
친일파 후손들은 땅주인이나 건물 주인이고
부모가 돈이 있는 놈들은 구멍가게라도 하나 차려서 사장님이 됐다
나는,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 나는
일용직이 됐다
나랑 같은 처지인 사람들과 함께 일한다
하루 벌어 하루를 살고
지친 몸을 달래려 매일 술을 마신다
그렇지만 술도 일가를 이룰만큼 마시질 못한다
헌데 이렇게 내 마음을 적는다
이까짓 재주라도 있는 것이
동료들에게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사랑도 배우지 못한 나는
사랑을 원하는 너랑 산다
사랑을 배우며 산다
그것이 너에게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나는 일용직
하루살이 신세
당신들은 평생을 살지만
나는 매일 매일을 새로 산다
매일 새롭게 너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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