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 - 그림자 놀이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형태도 대상도 없고
시작도 끝도 없다
잠들지 못하는 새벽만 남았다
그래서 꼬리를 잘랐다
마음속에 검은피가 흘러나왔다
핏덩이가 스물스물 일어나더니
내 입을 벌리고 나왔다
무슨 말이라도 해야했지만
생각을 잘라버릿 탓에
머릿속이 하얘졌다
검은 내가 검은 피눈물을 흘렸다
그러더니 창문을 열고 가출했다
나는 나의 어둠을 찾아 나섰다
어둠이 남긴 핏자국을 쫒았다
끊어진 생각 때문에
곧 목표와 방향을 상실했다
삶에 이유가 사라졌다
그러다 내 그림자를 봤다
긴 혀를 내밀고 웃고 있었다
다시 한 번 잠이 달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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