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서울시 양천구 신월동 신영시장
인생의 8할을 살아낸 곳
강서구가 양천구가 되고
해마다 어린아이 하나씩 빠지던
똥냄새나는 개천은 메워지고
시장엔 이름이 생겼다
제비가 사람보다 낮게 날아다니던 시장 골목
친구 아버지가 하던 양복점 명동라사
오락실 마치고 친구네 중국집에서 먹었던 짜장면
나랑 생일이 같은 친구가 살던 이불집 2층
함께 세들어 살던 곰보 아줌마네 붕어빵
은영이라는 예쁜 이름을 가진 그 아줌마네 딸
친구들과 어울려 치고 받기도 하던 588 종점

그렇고 그런 세상에
그렇고 그런 나이가 된 친구들 모여
과거와 현재를
누구하나 특별히 다를 것 없는 현실을 마신다
마시고 또 마시면 과거는 되살아 나고 현재는 사라진다
비틀거리며 아버지 주무시는 집으로 돌아가는 이곳이 고향이다
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