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어느 자락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 소나무 묘목을 심었고, 70년대에 심은 소나무와 잣나무에 벌레약을 쳤다. 요즘은 올해 나무 심은 자리와 이미 나무가 심겨진 자리에 풀을 베고 있다. 하루에 일곱 타임까지는 괜찮은데, 여덟 타임 돌리고 나면 집에 와서 많이 힘들다. 이게 일당 7만원 짜리가 아닌데, 라고 생각하니 더 그렇다. 작은 조직이지만 지소장과 사무실 직원들, 나같은 일용직들 사이에 여러가지 이해관계가 많이 얽혀있다. 이 거미줄은 일용직 10명의 관계에도 적용된다. 이런게 눈에 보이면 피곤한 법이다.


 농산물 품질 관리사 1차 시험에 합격했다. 시험이 1년에 한 번 뿐인데 2차 시험 접수 일자 마지막날 접수하러 들어갔다가 접수 마감 시간이 지나서 접수하지 못했다. 3년전부터 갖고 싶었던 자격증인데, 일이 더럽게 꼬였다. 내 탓인데, 내 탓이 아니라 남 탓이고 세상 탓인 것 같다. 며칠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동갑인 동료 하나가 메르스 자가 격리 대상자임을 속이고 며칠 동안 출근했다가 들켰다. 회사랑 동료들은 그 사실을 모른다. 산에서 일하던 중에 보건소 직원에게 밭에 있다고 거짓말을 하고 - 내가 다 듣고 있었는데 - 나한테는 아이가 열이 많이 나서 집에 빨리 가야겠다고 집에 좀 태워 달라고 했다. 인간이 아무리 무지하더라도 이럴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 친구의 일당 6만 2천원 때문에 동료들이 다 사지로 갈 수도 있었던 사건이다. 이 친구는 할머니가 돌아가시던 날에도 -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셔서 할머니가 이 친구를 키웠다고 한다. 그날 아침에 병원에 가셨다. - 퇴근 후 그 친구 집 앞에서 헤어지면서 내게 담배 몇 개피를 얻어갔다. 당시에 인간이란 어쩔 수 없는 것인가, 생각했었다. 자신의 관리 소홀을 쉬쉬 넘어가려고 하는 보건소 직원의 태도, 별일 없을 것 같으니 그냥 넘어 가자고 했던 사무실 직원, 결국 계속 이 친구랑 함께 일하고 있는 내 모습이 나라 돌아가는 꼴이랑 크개 다르지 않다. 역시, 인간이란 어쩔 수 없는 것인가, 생각한다.

 거짓말을 많이 하는 이 친구를 멀리하고 있다.  

 '스쳐가는 인연은 무심코 지나쳐라.' 법정 스님의 말이다. '스쳐가지 않는 인연도 있는가' 내 대답이다. 무심코 살아가기가 쉽지 않으니 이런 말이 나왔으리라.

 

 컴퓨터 앞에 앉아서 글을 쓰고, 휴대전화를 들여다본다. 수입 식재료를 구입하고, 외식을 한다. 자동차를 타고, 기름 보일러를 돌린다. 추운날에는 따뜻한 물로 씻고, 어떤날은 생수를 사 먹는다. 페이스 북에 좋아요가 많으면 기분이 좋고, 어느 일요일 아침에는 흰 쌀밥에 스팸을 구워 먹고 행복했다.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들을 위하지 않는 세상(정치)을 내가 욕할 자격이 있을까? 

 나이 40이 가까운 지금

 그렇고 그런 세상에 공범이 되었다.

 무심한 듯 외면하자. 무심코 지나치듯 살자

 

 볼음도에서는 망고가 위로가 됐고 요즘은 나무를 보는 게 위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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